Jul 10, 2008

미국 상표법상 한국 제조업자와 미국내 판매업자 사이의 상표 귀속 문제

한국 제조업자와 미국내 판매업자 사이에 분쟁이 생기고, 두 회사가 서로 갈라섰을 때 종종 상표권의 분쟁이 생기고는 한다. 우 수한 기술로 생산한 품질 좋은 상품을 가지고 있더라도, 미국 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고, 미국 내 판매망을 가지지 못한 한국 제조업자들은 한국이나 다른 외국 시장에서 사용하던 자기의 브랜드나 상표를 미국 현지 판매업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면서, 미국 내 광고, 홍보, 판매, 사후 서비스 등 거의 모든 영업을 맡기게 된다. 나 중에 두 회사 사이의 관계가 금이 가서 총판계약이 파기되면, 미국 내에서 사용하던 브랜드나 상표를 누가 사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다툼이 생기게 된다. 미국내 판매회사는 미국 내에서 해당 브랜드나 상표의 명성과 인지도는 자신의 노력과 투자로 높아졌고, 따라서 브랜드나 상표에 대한 권리는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을 계속 하려고 시도하고는 한단.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내 판매회사가 이미 자기의 명의로 미국에 상표 등록을 해 두었을 수도 있고, 해당 상표나 브랜드를 한국 제조업자의 상품이 아닌 다른 상품에 사용을 해 왔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자와 판매업자 사이의 상표 귀속 관계를 단순화해 보면, 다음 같은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상표권자인 제조업자가 판매업자와 상품 공급계약을 맺고, 판매업자에게는 상표 사용을 허락하는 경우인데, 이 때는 원칙적으로 제조업자가 상표권을 보유한다. 둘 째는 판매업자가 제조업자에게 판매업자의 상표를 부착한 상품을 제조하여 공급하도록 주문하는 경우인데, 이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판매업자가 상표권을 보유한다. 이 글에서는 첫번째 경우에 관해서 살펴보겠는데, 실제 거래 관계에서는 당사자간의 합의, 각 당사자의 역할, 사업구조 등에 따라 상표권 귀속이 달라질 수 있고, 상표권 귀속이 불분명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뒤에서 살펴보듯이 제조업자가 미국이 아닌 외국 기업인 경우는 더욱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외 국 제조업자와 미국내 판매업자 사이의 상표권 분쟁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서 먼저 짚고 넘어갈 점은 미국 상표권은 출원주의가 아니라 사용주의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해당 상표를 누가 최초로 사용했는지와 관계 없이 처음 상표등록 출원을 한 사람이 상표권을 갖는 출원주의를 원칙으로 한다(상표법 제8조), 다만 상표등록출원 이전부터 상표를 부정경쟁 목적 없이 국내에서 계속하여 사용해 온 자는 그 상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제한적 권리를 가질 뿐이다(상표법 제57조의 3). 반면 미국에서는 상표 등록 여부와 관계 없이 그 상표를 최초로 사용(first use)한 사람이 common law 상의 상표권을 취득한다. 미국 상표법에 의한 상표등록은 원칙적으로 상표의 사용을 통해 이미 취득한 common law 상의 상표권에 기반해서 이루어지며(The Owner of a trademark used in commerce may request registration of its trademark……” 15 U.S.C. §1051 (a) (1)), 상표의 등록은 상표권을 창설하지 못한다. 출 원주의를 취하는 세계적 추세를 따라 미국도 최근에 상표등록의 효력을 강화하고, 앞으로 상표를 사용하겠다는 사용의사에 기반한 출원을 허락하는 등 상표법에 출원주의 요소를 많이 도입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미국 상표법의 출발점은 사용주의이다.

상표권은 국가마다 별도로 발생하므로, 외국 사업자가 자국이나 제3국에서 상표를 사용하였거나 등록하였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미국 상표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미국 내에서 상표를 사용하였어야 한다. 미 국 내에서 독자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 오로지 미국내 판매업자를 통해서만 영업활동을 하는 외국 제조업자는 독자적으로 상표를 최초 사용하였다는 주장 대신에 미국내 판매업자를 통해서 상표를 최초 사용하였다는 주장을 통해서 미국 상표권을 인정방아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사정은 미국내 판매업자에게 미국 내에서 최초로 해당 상표를 사용해 영업활동을 한 것은 판매업자 자신이므로 자신이 상표권을 취득한다는 주장을 펼 수 있는 빌미를 주고, 상표권 분쟁의 씨앗이 되고는 한다. 이와 같이 미국 상표법상의 사용주의 하에서는, 외국 제조업자와 미국내 판매업자 사이의 상표권 귀속 문제가 첨예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다.

당사자가 합의가 우선

이러한 외국 제조업자와 미국내 판매업자 사이의 상표권 소유 관계에 관해서 당사자간의 합의가 우선한다는 법리가 정립되어 있다 (Far-Best Corporation v. Die Casting Id Corporation). 즉 당사자가 협상을 통해 구체적 거래관계에서 상표권을 소유할 자를 합의하였다면 법원은 그 합의에 효력을 인정해 주고 있다.

미국 판매업자가 상표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간에 제조업자가 상표권을 판매업자에게 이전하였어야 하고,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개개 사건에서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을 내릴 문제이다(Lousiana-Pacific Corp. v. Nu-Sash, Inc.) 미국내 판매업자는 단순히 제조업자의 상표가 부착된 상품을 판매 유통시켰다는 사실만으로는 상표권을 취득하지 못하고(Roger & Gallet v. Janmarie, Inc. 등), 판매업자가 독점판매권이나 상표 사용권을 부여받았더라도 제조업자의 상표권까지도 당연히 양도받는 것은 아니다(TMT North America, Inc. v. Magic Touch GmbH). 상표권은 국가별로 발생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외국 제조업자는 각 나라마다 다른 회사에게, 예를 들어 캐나다 지역에는 A 판매업자에게 상표권을 양도하였더라도, 미국 지역에는 B 판매업자에게 양도하는 식의 지역별 분리 양도가 가능하다. 상표권을 영구 양도하지 않고, 일정 기간만 양도할 수도 있는데, 한시적 양도기간이 종료하면 판매업자는 더 이상 아무런 상표에 대한 권리도 가지지 못한다.

합의 여부가 불분명하다면 제조업자에게 상표권 귀속된다는 추정 성립

만일 상표권 귀속에 관한 합의 존부가 불분명하다면, 제조업자가 미국 사업자인 경우는 물론이고 외국 사업자이더라도 제조업자가 상표권을 보유한다는 추정이 성립하고(Hank Thorp, Inc. v. Minilite, Inc.), 판매업자는 그 추정을 번복해야만 상표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독점적 판매계약만으로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상표권 이전 합의가 있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Saxlehner v. Eisner & Mendelson Co.). 반면, 외국 제조업자가 명시적으로 미국내 판매업자에게 상표를 등록하고 사용할 수 있는 독점권을 부여하면서, 영업상의 신용(good will)까지 이전한 사건에서는 상표권 양도가 이루어졌음이 인정되었다(A. Bourjois & Co. v. Katzel).

판매업자가 이 추정을 뒤엎지 못하면, 판매업자 명의로 이루어진 상표등록은 무효가 된다. 판매업자에게 더 이상 상표에 대한 권리가 없다는 공표를 소비자들에게 하라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하고, 판매업자가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한 법률적 사실적 관계는 모두 외국 제조업자에게 귀속되게 된다.

미국 법원이 추정의 번복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는 요소로는 (1) 누가 상표를 고안 또는 창작하였는지, (2) 누가 관련된 상품에 상표를 처음으로 부착하여 사용하였는지, (3) 상품 포장이나 홍보물에 어느 쪽의 상호가 상표와 연관되어 표시되는지, (4) 누가 상표가 표시되는 상품의 속성이나 품질을 관리하였는지, (5) 소비자가 누구를 상품의 제공자, 또는 상품에 관한 책임주체로 인식하는지, (6) 누가 상표가 부착된 상품의 광고, 홍보 비용을 지급하는지 등이 있다. 법원이 Amica Mut. Ins. Co. v. R. H. Cosmetics Corp. 사건에서 상표가 제조업자나 판매업자의 상호나 이름과 연관이 있는지는 여부는 상표 귀속의 확정적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에서 엿볼 수 있듯이, 법원은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으로 고려하고, 어느 것 하나를 결정적인 증거라고 보지 않는다.

상표 귀속의 문제는 제조업자와 판매업자 사이에서 최초에 누구에게 상표권이 속하는지에 관한 문제이고, 상표권 귀속이 일단 결정된 이후에는 이와 배치되는 별도의 상표권 양도 합의가 인정되지 않는 한 위에서 열거한 정황사실이 변경되더라도 상표권의 소유자는 변경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최초 사용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제조업자가 광고, 홍보 비용을 지급하고, 제조업자가 상품 관리 책임을 진다는 등의 사정에 근거하여 제조업자가 상표권을 보유한다는 추정이 번복되지 않은 경우, 그 이후에 판매업자가 홍보 비용을 부담하고, 판매업자가 상품 관리 책임을 지는 것으로 양자간의 관계가 변경되더라도, 별도의 상표권 양도 합의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상표권 귀속이 변경되지는 않는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제조업자에게 주는 시사점

1. 총판계약서에 상표권 귀속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제조업자는 상표권이 제조업자에게 귀속된다는 강한 추정을 누릴 수 있지만, 그 추정은 사정에 따라 번복될 수 있으므로 총판계약서에는 반드시 상표권 귀속에 관한 합의를 명시하여야 한다.

2. 미국에 새로운 상표나 브랜드를 도입할 때는 특히 상표권이 제조업자에게 속한다는 명시적 문구를 계약서에 포함시켜야 한다.

앞서의 논의는 한국 제조업자가 해당 상표에 관한 권리를 한국이나 제3 국에서 보유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만일 미국 시장에서 다른 시장에서는 쓰지 않던 상표나 브랜드를 도입할 경우에는, 사용주의에 기반한 미국법상 그 상표에 대한 권리는 미국에서 처음 사용한 판매업자에게 귀속된다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으므로 새로운 상표나 브랜드의 귀속에 관한 명시적 합의를 꼭 해두어야 불필요한 분쟁을 피할 수 있다.

3. 상표권 등록을 해두어야 한다.

미국 상표법은 사용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상표권 등록을 해두면 상표권자로 추정되고, 등록 후 5년간 계속 사용하면 상표권등록 무효를 다툴 수 있는 공격방법이 제한되는(incontestability) 등 여러 유리한 등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4. 상표권을 판매업자에게 양도할 경우, 판매계약 종료 후 귀속관계에 관해서도 명확히 규정해 두어야 한다.

현지 판매업자에게 상표권을 양도하더라도, 상표권을 일정한 기간동안만 양도하는 합의도 가능하므로 상표권을 되찾아 오고 싶다면 일정기간 경과 후, 또는 계약종료 후 상표권이 제조업자에게 자동으로 또는 제조업자의 청구에 의해 회복된다는 점을 계약서에 명확히 해 두어야 한다. 만일 그러한 합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상표권 양도는 영구 양도로 해석되고, 제조업자에게 불리하다.

Lawnb 칼럼(www.lawnb.com), 2008. 7. 1.자에 게재한 글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