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29, 2008

시험관아기 시술을 이유로 한 차별은 부당한 성차별

지난 2008년 7월 25일은 세계최초의 시험관아기인 영국의 Louise Joy Brown이 태어난 지 30년이 되는 날이라고 한다. 시험관아기 탄생 30주년을 기념하기라도 하듯이, 노동법적 측면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 여성 노동자를 보호하는 판결이 미국 항소법원에서 2008년 7월 16일 내려졌다. 불임으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던 여성 노동자가 첫 번째 시술에서 실패한 후 다시 시술을 받기 위해 병가를 신청하였다가 정리해고를 당한 사건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 여성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미국연방 제7항소법원(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Seventh Circuit)의 Cheryl Hall v. Nalco Company 사건 판결이 그 판결이다.
이 사건의 원고인 Hall은 피고인 Nalco의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2003년 3월 24일부터 4월 21일까지 휴가를 얻어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였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약물투여, 난자추출 수술,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체외 수정, 수정란의 자궁내 이식 수술 등으로 이어지는 수 주일에 걸친 복잡한 의료 시술을 요구하고, 시술이 실패하기도 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에 몇 번에 걸친 시술이 요구된다고 한다. Hall은 불행히도 첫 번째 시술은 실패하였고, 7월 21경에 다시 시험관아기 시술을 위해 8월 18일부터의 휴가를 신청하였다.
한편 Nalco는 그 무렵 지역별로 설치된 사무실을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었고, Hall이 근무하던 사무실도 인근 사무실과 통폐합 대상이 되었다. 통폐합 계획은 통합 대상 사무실들에서 동일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Hall이 두 번째 휴가를 신청한 직후인 2003년 7월 말, Hall의 직속상관인 Baldwin은 Hall에게 해고를 통보하였다. Baldwin은 Hall에게 고용계약의 중단은 [그녀의] 건강상태를 감안할 때 [그녀에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하였다. Hall에게 해고를 통보하기 전에, Baldwin은 회사 인사책임자와 논의를 하였는데, 그 책임자의 수첩에는 Hall에 관하여 “장기휴가, 불임시술”이라는 메모가 남아 있었다.
해고 통보를 받은 Hall는 해고가 1964년 시민권법 제7장(Title VII of the Civil Rights Act of 1964)을 위반한 부당한 성차별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특별히 Hall은 임신차별금지법(the Pregnancy Discrimination Act)은 “임신, 출산 또는 그와 관련한 의학적 상태를 이유로 하거나 또는 근거로 한(“because of or on the basis of pregnancy, childbirth, or related medical conditions” 42 U.S.C. § 2000e(k))” 차별은 “성별을 이유로 한(because of sex)” 차별에 해당한다는 특별 규정을 담고 있으므로, 해고는 성차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지방법원은 불임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불임여성은 임신차별금지법에 의해 보호되는 부류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지방법원은 차별이 불임만을 이유로 한 것인지를 판단기준으로 하여, 불임만을 이유로 한 차별은 성을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지방법원의 판단은 불임시술을 사용자가 제공하는 의료보험의 적용범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 불임시술을 모두 제외하는 이상 부당한 성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는 다른 항소법원의 판결에 주로 근거를 두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항소법원은 불임만을 이유로 한 차별인지는 적절한 판단기준이라고 할 수 없고, 문제되는 사용자의 조치가 실제로 성별에 중립적인지를 심사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기준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International Union v. Johnson Controls, Inc., 499 U.S. 187 (1991) 사건에서 제시한 기준이다. 위 사건에서 사용자는 임신 능력이나 태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가임 여성은 납에 노출되는 업무를 담당할 수 없다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연방대법원은 납 노출은 남성과 여성 노동자 모두의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사용자의 정책은 오로지 여성 노동자들만 배제하였기 때문에 위 정책은 생식능력만을 이유로 차별이 아니라 성별과 임신 가능성을 근거로 한 부당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장기간의 복잡한 시험관시술을 여러 번에 걸쳐서 받아야 하고, 그러한 시술을 위해 여러 번 장기간의 휴가를 신청해야 하는 것은 언제나 여성이다. 남성은 시험관아기 시술에 참여하더라도 매우 적은 시간만 필요로 하므로, 장기간 휴가를 쓸 필요성이 없다. 이러한 시험관아기 시술의 특성을 볼 때, Hall은 성별에 중립적인 불임을 이유로 해고된 것이 아니고, 임신이라고 하는 성별에 따른 신체적 특징을 근거로 해고되었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임신차별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범주에 속한다고 이 사건 항소법원은 판단하였다.
이번 항소법원의 판단은 이 사건이 임신차별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에 관한 법률판단만 내린 summary judgment이므로, 실제 Nalco의 조치가 부당한 성차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실체판단은 사건을 환송받은 지방법원에서 다시 다투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실체 판단 결과와는 상관 없이 이 사건 판결은 법률적으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이유로 한 차별에 임신차별법 적용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성노동자 보호를 위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2008년 8월 28일 www.lawnb.com에 처음 실음, by 신영욱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