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10, 2009

MySpace 자살사건 피고인에게 유죄 내려져

솔직이 필자는 웹사이트에 가입할 때 나오는 이용계약은 거의 읽지 않으며, 읽더라도 모든 조항 하나하나를 지킬 자신은 없다. 가끔은 이용계약에서 정해 놓은 규칙을 를 무시하고 일탈 행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많은 경우에 나이, 주소,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는 허위로 입력한다. 자유와 익명성이 인터넷이 가진 매력이자 인터넷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의 원천이라고 믿는다. 이제 그런 믿음은 버리고 각종 규제와 계약이 정해 놓은 규칙에 순종하며 살 것인지 아니면 인터넷연결선을 뽑아야 할지를 결단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할 지 모른다. 지난11월 5일자 필자의 글에서 소개한MySpace 자살 사건에 관하여 2008년 11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의 배심원들이내린 평결(Los Angles Times 보도)에 의하면 그런 시대는 멀지 않았다.

  • 배심원 평결의 내용

이 사건 검찰과 피고인측은 11월 19일부터 배심원들 앞에서 변론을 벌였고, 피고인 Lori Drew, 자살한 소녀의 어머니, 자살한 소녀의 친구이자 피고인 딸인 Sarah Drew 등이 증언을 하였다. 평의 끝에 11월 26일 배심원들은 Lori Drew에 대한 공소사실들(공소장 Indictment) 중에서 중범죄(felony)에 해당하는 공모죄[18 U.S.C. §371: conspiracy]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자살한 소녀를 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무죄평결을 내렸다. 그러나 경범죄(misdemeanor)에 해당하는정보 획득 목적의 보호되는 컴퓨터 접속죄(18 U.S.C. §§1030 (a) (2) (C), (c) (2) (B) (ii): accessing protected computers to obtain information)와 교사방조죄(18 U.S.C. §2(a), (b): aiding and abetting and causing an act to be done) 혐의에 관해서는 유죄 평결을 내렸다.

많은 법률 전문가, 인터넷 전문가와 언론은 이 사건 평결 소식을 듣고 크게 우려을 표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기소 당시부터 제기되어 왔다. Washington Post지는 사설을 통해 인터넷 사이트 이용계약을 위반하는 행위를 컴퓨터 해킹을 막기 위해 제정된 컴퓨터 사기 및 남용에 관한 법률(the Computer Fraud and Abuse Act, “CFAA”)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검찰측 논리에 따른다면 조금 과장된 신상정보를 인터넷 사이트에올리거나, 인터넷 상에서 과격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한 수백만 명의 미국 시민들을 범죄자로 만들게 되는데, 이러한 결과는 CFAA 입법자의 의도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Washington Post 2008년 5월 26일자 사설Falsehoods on MySpace- Exaggerations, lies and harassment do not constitute computer fraud under federal law”; 같은 취지의 Los Angeles Times 2008년 5월 16일자 사설 참조). 이 사건 유죄 평결 이후에도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 사건 평결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New York Times기사 / 기사, the Christian Science Monitor 기사, 변호인으로 사건에 관여한 Orin Kerr 교수의 글 참조, 그 밖에도CNET, Slate.com, Groklaw에 실린 글도 읽어볼 만하다. 검사측 입장을 반대하는 14명의 law school교수들이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amicus brief)는 필독할 자료이다 ).

  • 주관적 범죄구성 요건 완화의 문제점
Heritage Foundation의 Andrew Grossman은 과도한 형사범죄화라는 관점에서 이 사건에서 검사측이 펼친 법리를 비판하는 글을 발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이 과도한 형사범죄화가 가진 특징들 중의 하나는 부당한 형사처벌을 방지하는 보호장치인 범죄의 주관적 요건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는 것인데, 이 사건 기소는 과도한 형사범죄화의 예라고한다. Grossman은Drew를 CFAA 위반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1) MySpace 이용조건을 알고 있어야 하고, (2) MySpace 이용은 이용조건 이행을 ‘조건’으로 해서 허락된 것임을 알고 있어야 하고, (3) 이용조건을 위반하면 이용허락이 철회되고 그 이후의 이용은 권한 없는 이용에 해당됨을 인식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피고인 Drew는 법정에서 MySpace 이용계약을 읽지 않았고 그 내용을 알지도 못한다고 증언하였다। 반대로 검사측은피고인은 이용계약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므로 이용계약 위반으로 인한 책임이 있다는 범죄의 주관적 요건을 완화하는 논리를 폈다. 배심원들은 유죄 평결을 통해 검사들의 논리에 손을 들어 주었다.

  • 권한 없는 접속의 해석 문제
배심원들의 유죄평결은 이용계약에서 인터넷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이용방법에 관한 조항을 조금이라도 위반하면 이는 권한 없는 접속 또는 권한을 초월한 접속이라는 법률해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사건 피고인에게 적용된 CFAA가 해킹을 금지, 처벌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임은 미국 법무부(DOJ)의 공식문서에서도 잘 확인된다(Legislative Analysis Of The 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Protection Act Of 1996 By The Computer Crime And Intellectual Property Section, United States Department Of Justice). 해킹을 통하거나, 다른 사람의 접속 ID와 비밀번호를 도용해서 컴퓨터에 접속하는 행위가 권한 없는 접속이고, CF AA가 원래 의도한 권한 없는 접속이다. 이 사건에서 Drew가 한 행위, 즉 허구인의 명의로 계정을 개설하여 이용한 행위는 CFAA 입법자가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행위 유형이다(이 사건이 있기 훨씬 전 권한 없는 접속이라는 요건의 불명확성과 문제점을 지적한 Orin Kerr 교수의 글. Kerr 교수는 이 사건 피고인의 변호인으로 이 사건에 적극 관여하고 있다).

좀더 쉬운 이해를 위해 이 사건을 오프라인의 사건으로 재구성을 해 설명해 보겠다.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전화로 예약을 해서 기차여행을 했다고 하자. 그 기차회사는 상세한 이용조건을 작성하여, 출입구와 매표소 옆에 게시해 두고, 중요 조항은 탑승권과 이용안내서에 깨알같은 글씨로 적어두었다. 그 이용조건 중에는, 전화예약 시에 이용자의 실명으로 예약을 해야 하고, 기차 내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고, 고성방가를 하여서는 안된다는 금지 조항들이 있고, 회사 측은 언제든지 이용조건을 위반한 탑승객의 이용을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하자. 홍길동은 전화로 예약을 하면서 미네르바라는 가명으로 예약을 하고, 화장실 안에서 담배를 피고, 함께 간 친구들과 객실에서 크게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 하지만 홍길동은 승무원들의 제지를 받지 않고 여행을 마쳤다. 사후에 홍길동을 불법침입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권한 없는 또는 권한을 초월한 대중교통시설 이용을 금지하는 대중교통이용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아마도 가상의 불법침입죄나 대중교통이용법은 승차권을 구매하지 않았거나, 승차구간이나 이용기간을 초과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규라고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홍길동의 행위가 부적절하고, 공중도덕에 어긋나는 행위이고, 이용계약을 위반한 행위임은 분명하지만 대중교통이용법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홍길동이 이용조건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홍길동은 범죄에 대한 인식과 고의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가명을 쓰고, 부적절한 행동을 하여 이용계약을 위반하면 처벌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 인터넷 이용계약의 형사법규화
MySpace 사이트의 이용계약은 법률의 위임에 따라 제정되지도 않았고, MySpace 회사가 일방적으로 임의로 작성하였다. 이 사건 평결에 의하면 인터넷사업자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정할 수 있는 입법권을 인정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인터넷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이용계약은 구속력이 없다는 판단들이 법원에서 내려지고 있는데, 이번에는 이용계약내용이 실질적으로 범죄구성요건을 구성한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인터넷 사업자들이 정해둔 세세한 인터넷 이용자의 준수사항들이 이용의 ‘조건’이고, 그 조건을 위반하면 이용허락이 자동으로 철회된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 사건의 증인으로 나온 MySpace의 고객서비스담당 부사장인 Jae Sung은 MySpace는 1억 명 정도의 회원과 최소한 4억 개의 프로파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프로파일들이 이용조건을 위반하였는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고, 다른 이용자의 신고 등을 통해 문제가 발견하였을 때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데 불과하다고 진술하였다. MySpace를 비롯한 인터넷 사업자들이 이용조건 상의 준수사항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조치를 제한적으로만 취하고 있다는 점은 이용계약이 필요할 때 인터넷 사업자가 스스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한 것에 불과하고, 인터넷 이용 허락의 ‘조건’은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 입법동향
많은 전문가들이 이 사건의 법률적용에 무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cyberbullying의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도 높기 때문에 cyber-bullying을 겨냥한 입법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미 cyberbullying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미 연방법률안이 제출되어 있고(일명 the Megan Meier Cyberbullying Prevention Act, HR 6123), 이 법률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에 관해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Volokh Coinspiracy, cyberbullying.us). 이 사건의 벌어진 Missouri주를 비롯하여 주 단위에서도 cyberbullying을 겨냥한 입법과 정책들이 등장하고 있다(Oregon주, Florida주, Illinois주, New Jersey주, Vermont주 등)

  • 앞으로 전망
이 사건이 가진 상징성때문에 피고인과 검사는 이 사건은 결국 항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항소심의 결론을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배심원 평결을 비판하는 전문가들은, 1심 법원 판사는 자신 앞에서 이루어진 배심원의 판단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부담이 있지만, 항소심은 그와 같은 부담이 적기 때문에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조심스런 예측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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