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16, 2010

미국소송법상 회사 소재지 판단 기준에 관한 연방대법원 판결

미국 사법기관은 연방법원과 주법원으로 나누어져 있고, 연방법원 내에서도 각 법원마다 법률해석 기준이나 재판 운영 방법이 상당히 다른 경우가 있다. 그래서 소송이 제기되었을 때 사건이 연방법원과 주법원 가운데 어느 쪽 관할에 속하는지와 연방법원 가운데도 어느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는지가 소송 진행, 소송비용은 물론 소송승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관할 법원을 두고 원고와 피고가 치열하게 다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2003년 2월 10일 Hertz Corporation v. Friend (No. 08-1107) 사건(판결문 전문)에서 미국 소송법상 회사를 당사자로 하는 사건을 관할할 법원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회사의 주된 사업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principle place of business)는 회사의 중추적 경영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 통상적으로는 본점(headquarter)이라고 하는 기준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미국 소송법상 소송에 대한 사물 관할권(subject matter jurisdiction)은 일차적으로 주 법원이 가진다. 다만 연방법 문제가 쟁점이 되는 경우(federal question)이거나 어느 피고도 원고와 동일한 주의 시민이 아닌 복수 주 시민 사이의 분쟁인 경우(diversity)에는 연방 법원이 관할권을 가진다. 회사가 소송 당사자일 때 미국 소송법은 회사는 회사가 설립된 주(즉 회사 설립의 근거법이 되는 주) 또는 회사의 주된 사업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위치한 주의 시민인 것으로 간주한다("a corporation shall be deemed to be a citizen of any State by which it has been incorporated and of the State where it has its principal place of business," 28 U.S.C. § 1332(c)(1))고 규정하고 있다.

Hertz Corporation v. Friend 사건은 캘리포니아 주 시민인 근로자들이 렌트카 사업을 하는 Hertz를 피고로 하여 캘리포니아 주법을 근거로 하는 청구를 캘리포니아 주 법원에 제기한 사건이다. 피고인 Hertz는 주 법원이 아니라 연방 법원에서 재판 받기를 원하였다. 원고 청구 원인이 캘리포니아 주법이므로 연방법 문제임을 근거해서는 연방법원이 관할권을 가질 수 없었다. 원고들은 캘리포니아 주 시민이지만 Hertz는 캘리포니아 주 시민이 아니므로 복수 주 시민들 사이의 분쟁이라는 점이 인정되면 연방법원이 이 사건에 대한 관할권을 가질 수 있었다. 문제는 Hertz 본사는 뉴저지 주에 있지만,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고, 사업 규모와 매출 면에서 캘리포니아 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러 주들 가운데 가장 컸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주를 Hertz의 주된 사업 활동지라고 볼 수 있는지가 다투어 졌다. 원 고들은 Hertz가 캘리포니아 주에서 상당한 사업활동을 벌이고 있으므로 캘리포니아 주 시민이라고 주장하였다. 반면, Hertz는 본점이 위치한 뉴저지 주가 회사 소재지라고 주장하였다.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이 있기 전까지 ‘회사의 주된 사업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한 하급심 법원들의 입장은 서로 엇갈리고 있었다. 몇 하급심 법원들은 기업을, 전체적으로 보아서 기업활동의 대부분이 이루어지는 주, 예를 들어 생산설비, 근로자가 대부분 소재해 있거나 또는 판매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주의 시민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건 원심 법원인 제9항소법원(the 9th Circuit)도 기업활동의 대부분이 이루어지는 주를 회사의 소재지라고 보면서, 구체적으로는 해당 주에서 벌어지는 영업활동이 다른 주들과 비교하여 ‘실질적인 우세를 보일 것(substantially predominate)’을 기준으로 하고 있었다. Hertz가 주장하였고, 결과적으로 대법원이 이번에 채택한 기준인 ‘중추적 활동 장소(nerve center)’ 기준을 정면으로 채택한 법원은 제7 항소법원(the 7th Circuit)뿐이었다.

다툼 없는 사실 관계에 따르면, Hertz는 미국 뉴저지 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면서, 미국 44개 주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캘리포니아 주에는 1,606개 자동차 렌트 영업소 가운데 273개가 위치해 있고, 상시 근로자 11,230명 가운데 2,300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연간 거래 약 2,100만 건 가운데 380만 건이 캘리포니아 주에서 이루어져서, 총 매출액 43억 7,100만 달러 가운데 8억 1,100만 달러가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생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이 사건 1심 법원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Hertz 영업활동의 최다수가 이루어지고, 다음 순위 주와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Hertz는 캘리포니아 주의 시민이라고 보아야 하고, 이 사건이 소송법상 복수 주 시민 사이의 분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연방 법원은 관할권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항소법원도 1심 법원 판단을 옳다고 인정하였다.

Hertz가 그 결정에 불복하여 제기한 상고심에서 연방 대법원은 회사의 중추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nerve center)이 기업의 주된 사업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이고, Hertz의 소재지는 캘리포니아 주가 아니라 본점이 소재한 뉴저지 주라고 판단하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연방 대법원은 회사의 중추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라 함은 회사 본점이 지시, 통제와 회사 기관간 업무조율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중심되는 장소(the actual center of direction, control, and coordination)에 해당한다면, 통상적으로는 회사의 본점이 위치한 곳을 말한다고 정의하였다. 다만 그 본점에 단지 회사의 우편함만 설치되어 있거나, 컴퓨터만 설치된 가장 사무실이거나, 경영진들이 1년에 한두 번 모이는 장소인 경우와 같이 실질적 기능을 하지 않는 경우는 그 장소를 중추적 활동 장소로 볼 수 없다고 한다.

이번 결정을 통하여 기업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소송을 당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더 명확해지고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기업활동의 전체를 기준으로 하는 기준은 어느 요소를 고려하는지나, 판단 기준이 되는 시점에 따라서 기업의 소재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결정에 따라 기업들은 본점 소재지를 단일한 회사 소재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어, 소송 상대방의 자의적인 법원 선택으로 인해 발행할 수 있는 불확실성도 줄어드리라고 전망된다.

(이 사건에서 필자가 소속된 O’Melveny & Myers, LLP가 피고 Hertz를 대리하였지만, 이 글은 전적으로 필자의 개인적 견해임을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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